경허집 후기

1990.09.09. 석명정

停滯해 가던 한국불교에 크게 돌풍을 일으키고 수많은 善知識들을 배출해서 수행가풍을 면면히 이어가게 한 조선조 말엽의 최대 고승이신 鏡虛老師.노사께서는 말엽에 태어나셨지만 禪宗이 한창 興旺하였던 唐宋時代 五宗家風의 宗匠班列에 끼어도 오히려 雄煇하게 빛나실 거룩한 어른이시다.
庚午年 봄 法眼 金敏榮居士가 이곳에 내방하면서 漢岩老師께서 친히 쓰신 肉筆本 ⟪鏡虛集⟫을 가져왔다.내용을 살펴보니 禪學院에서 간행된 初刊本과 大同小異하였고, 漢岩老師의 親述인 "先師鏡虛和尙行狀"이 序頭에 실려 있었다.눈이 번쩍 뜨이는 宗門의 寶典을 대하니 淺學菲才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번역에 착수하였다.
1950年代末 山僧이 海印寺로 出家할 무렵만해도 이 山中 저 禪房 곳곳에서 老和尙들이 독특한 가풍을 떨치면서 衲子들을 提接하고 계셨다. 靈山會相이 따로 없는 禪宗興旺期였다.그러던 것이 노화상님들도 한분 두분 가시고 그 엄격한 佛祖의 淸白家風도 이제는 점점 主唱해 나갈 主役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鏡虛老師의 獅子吼가 玄風을 다시금 振作시키는 起爆劑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불볕 더위속에 꼼꼼히 교정을 보아준 碧天 金仁鳳居士의 수고는 宿生의 同參願力으로 밖에는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아울러 물심양면으로 힘찬 성원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1990년 重陽節靈鷲沙門 釋明正 謹拔
1990. 석명정 역, ⟪경허집⟫ 극락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