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目次) | 書狀 05-001
〈 목차(目次) | 書狀 05-001
天藏庵好하니 一面山이요 一面海라 然雖如是나 非但翫景者不到處요 通人達士亦不交涉하며 非但通人達士不交涉이요 佛也祖也猶較些子라 苦哉苦哉로다 是豈可言處이리오 所聞道候以病하니 此迺修行人降伏魔軍處也요 驚覺精神處也요 遊戱幻境處也니 何足以憂之喜之哉아 況病從心生하니 心如陽燄者乎아 鏡虛는 飢則言飢하며 寒則言寒하니 餘外睡而已요 了無修行相狀이러니 而幸有二三禪侶ㅣ共唱和山歌野曲하니 幸何可盡達가 又聞有垂訪之意思하니 何待明年이리오 冬候寒嚴하여 往來難通이면 則幸當風日熙和時하여 不忘好因緣乎인저
천장암이 좋으니 한쪽은 산이요, 한쪽은 바다입니다. 비록 이러하지만 구경하는 유람객이 오지 않는 곳일 뿐 아니라 식견이 트인 선비들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식견이 있는 선비들만 찾아오지 않을뿐 아니라 부처와 조사도 하찮은 존재일 뿐이니, 괴롭고 괴롭습니다. 이 어찌 말할 수 있는 대목이겠습니까.
들은 바로는 병을 앓으신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수행인이 마
군을 항복시키는 곳이며, 정신을 바짝 차릴 곳이며, 몽환夢幻 경계에 유희하는 곳이니, 근심하고 기뻐할 게 어디 있겠습니까! 하물며 병은 마음으로부터 생기고 마음은 아지랑이 같은 것임에 있어서이겠습니까!
경허는 배고프면 배고프다 말하고 추우면 춥다 말할 뿐이요, 그밖에는 잠이나 잘 뿐 전혀 수행하는 상相이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두세 선객이 있어 산야의 노래를 함께 부르니, 이 다행함을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또 듣건대 이곳을 찾아오실 의사가 있다고 하니, 내년까지 기다릴 게 있겠습니까? 겨울 날씨가 몹시 추워 왕래하기 어려우니, 날씨가 화창할 때가 되거든 좋은 인연을 잊지 말고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