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光豁如客
破袖藏天極
短筇擘地頭
孤雲生遠峀
白鳥下長洲
大塊誰非夢
憑欄謾自悠
庚子 梧月下澣 湖西歸衲 鏡虛 題
신령한 빛이 툭 트인 길손이
금정산에서 한가로이 노니노라
허름한 소매엔 하늘을 감추고
짧은 지팡이는 땅을 쪼갠다
외로운 구름은 먼 산에서 일고
흰 새는 긴 물가에 내려앉누나
천지에 그 누가 꿈속의 사람 아니랴
난간에 기대 하릴없이 유유자적 하노라
《범어사보제루시판》
1900년, 28.5×56.0, 범어사 성보박물관
경허선사의 친필 중 범어사 보제루(1900년)와 송광사 육감정(1901년)의 시판이 전한다. 두 시는 모두 경허집에 수록되어 있으나 경허집에는 시의 연대가 기록되어있지 않다. 시판에는 각각 경자(1900), 신축(1901)으로 연대가 친필로 기록되어 있어서 시판자체가, 또는 판하본(版下本)이 있었다면 이 시의 원자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